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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이라는 틀이 왜 존재하는지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다. 자유-평등-박애라는 슬로건이 왜 일어났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 나는 이를 철학적으로 풀어내지는 못하지만, 내 미천한 생각으로는, 아마 인간은 고독하기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싶다. 나는 타인에게 나쁜 짓을 하고 살 수 없다. 너를 해친다면, 너는 나를 미워할꺼니까, 그럴 수 없다. 고독하기 때문에 사랑받고 싶은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어쩌면 저 문제의 해결책이 도덕이 아닐까, 자유-평등-박애가 아닐까 싶었다.

 이런 생각에서 보건데, 영화에 나오는 시몽(동생)은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다. 이 아이는 도둑질을 한다. 사람 많은 스키장에서 물건을 훔쳐, 장물팔이를 하여 살아간다. 절대 도덕적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도둑질하다가 잡힐때 마다 아이는 코피를 흘리고 쫓겨나고 자신 만의 장소로 도망간다. 한번은 자신이 물건을 훔치는 이유가 생계라는 것을 알린다. 그러나 이러한 말도 이해받지 못한다. 서로 장물거래를 하는 이해관계가 맞았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가 그 어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일을 하는 것은, 사랑을 주었으면 하는 누나 때문이다. 세상 어느 누구라도, 아니, 세상의 어떤 누구들은 전혀 상관없는 존재다. 나와 너, 동생과 누나라는 관계만이 세상에 존재할 뿐이다. 이 관계만 유지되면 되는 것이지, 사회적 관계는 전혀 의미가 없다.


 어느 시점이 되면, 어둠이 찾아온 도시의 야경에서 인간의 고독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들은 밤하늘의 별들을 땅 위에 올려두고 서로를 비추고 있으나, 그 빛이 나만을 위한 빛이 아님을 알게되었을때의 아련함이 바로 고독이다. 소년은 돈이라는 빛으로 누나를 향해 비춘다. 그 누나도 나를 향한 빛을 비쳐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다. 누나에게 있어서 동생은 애증의 대상이다. 영화의 스토리 상에서 그러한 몹쓸 관계인 것이다.


사랑이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은 영화에 없다. 하지만은 소년의 고독에서 사랑을 찾을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흐름을 발견하게된다. 스키장에서 소년은 자신의 이상향인 엄마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녀를 따라가기를 원한다. 같이 있고 싶다. 안기고 싶다. 그러나 그럴수 없는 관계는 슬픔을 낳을 뿐이다. 꿈은 깨어지고 현실의 누나만이 있을 뿐이다.

 누나는 동생을 끌어안지 않는다. 냉혹한 감정으로 소년을 대한다. 소년은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소년을 받아줄 세상은 없었다. 스키 시즌이 끝나며 얼음은 녹기 시작했고, 그곳에 근무하던 사람들은 떠나갔다. 빈 고원에 소년 혼자 덩그러니 남겨질 뿐이였다.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은, 떠나기 전 그곳에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고 가는 것이다. 동생을 외면했던 누나가 동생을 찾기위해 알프스 산 위로 올라갈때, 떠날려고 했던 동생이 그럴 수 없어 누나에게 가기위해 알프스 산 아래로 내려갈때, 서로의 엇갈린 모습을 바라본다. 둘에게 남겨진 자국은 너무나도 컸다. 서로가 서로를 떠나기위해 노력했지만, 서로의 공허는 채워지지 못했다. 동생과 누나는, 자신들의 공허가 자신들 만이 메울 수 있는 자국이라는 것을 발견한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