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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만 3천원 짜리 순천행 버스는 순순히 그 길을 달렸다. 나는 그렇게 친숙한 누군가를 만났고 친숙한 이야기를 하며 친숙하게 헤어졌다. 아마 그게 끝이리라 생각했는데.

 1만 3천원 짜리 대구행 버스는 야밤을 질주했다. 늦은 밤에 장마까지 쏟아졌다. 국지성 장마는 오는 듯 마는 듯, 버스가 지나는 지역마다 내리거나 안내리거나를 반복한다. 밤의 거리에서 버스는 자신의 불빛만으로 의존하며 어둑한 고속도로를 나아간다. 간혹 누군가의 불빛이나, 고속도로에서 빛나는 주홍빛 가로등만이 버스의 존재를 알아차리게끔 만들었다.

 순천에서 대구오는 길에, 늘 잠들어서 보지 못했던 섬진강 다리를 봤다. 720M 길이를 가진 섬진강 다리. 암흑이 내려앉은 밤 길에서 희미한 실루엣만을 간직한 다리를 목격한다.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섬진강을 지키는 오래된 석상같이 보였다. 성숙했다고 믿었던 내 마음마져 그 앞에서 숙연해지고 말았다. 섬진강을 지키고 있는 다리 위를 지나며, mp3p에서 다른 곡이 흘러나왔다. "안녕"이라는 제목을 지닌 "하찌와 TJ"의 노래.

 버스 차창엔 작은 빗방울이 노크를 했다. 나는 응답을 해야했고, 그 응답이란 내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봐야하는 것이였다. 빗물은 창가에서 서글픈 표정을 지으며 누군가의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위로를 보내야했다. 무엇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누군가를 위한 음악을 혼자 중얼거려야 했다. 그건, 보사노바 풍의 신나지도 그렇다고 슬프지도 않는 이상한 곡인 "안녕"이라는 노래였다.


 그건 아름다운 오해였겠지.
 주홍빛 불빛이 아름답다고 여기며 차창 밖을 지긋이 바라봤다. 밤은 깊어갔고 그 거리는 침묵만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