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감성 휴지통

한 나비의 죽음

희나람 2010. 8. 22. 01:12

[사진출처 - http://www.oisoo.co.kr/ 의 5405님의 게시물에서, "한 나비의 죽음" 사진 ]


 가벼운 바람만이 작은 식물들을 잠에서 깨우며 생명의 기운을 전파하고 있다. 옅게 흔들리는 작은 초록의 식물들 사이로 나비 한마리가 침묵 속에 앉아있다. 곧장 날아갈 듯이 보인 이 나비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한차례 작은 바람이 무심히 나비 옆을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며 알게 된다. 나비는 죽어있었다. 지난 날의 추억만을 한 하얀 꽃위에 남겨둔체 생명의 눈을 감고 있었다.


 안녕. 진한 향을 머금던 작은 꽃들아. 따스한 봄날, 가늘고 여린 줄기로 아침을 맞이하고 있을때, 그대가 머금고 있던 아침 이슬은 그 어떤 무엇보다도 진한 향을 머금고 있었어요. 그대에게는 미안했지만 초록의 작은 잎을 내게 주어서 고마웠었어요. 성년이 된 당신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다시 찾아와 그대를 반기는 것 뿐이였었어요. 그런데도 빈손으로 찾아온 저를 반가워하며 달콤함을 선사해준 당신에게 늘 고마웠어요.

 안녕. 높고 높아서 끝이 보이지 않는 하늘아. 파란 하늘에 다양한 모습으로 떠다니는 구름들을 보면서 작은 희망을 꿈꿔 왔었어요. 언젠가 저 멋진 푸른 하늘을 향해 조심스럽게 날아오르는 꿈. 황당한 꿈일꺼라 생각하면서도 제 마음 한켠 작은 서럽안에 조심스럽게 보관해두고 있었었지요. 그리고 오랜 숙면끝에 만난 그대의 모습은, 새하얀 바람을 힘껏 머금고 세상을 온통 밝고 명랑하게 비쳐주고 있었어요. 눅눅한 날개를 힘껏 펼쳐내며 하늘을 날았던 꿈이 아닌 현실 속에서 저는 그대를 느낄 수 있었지요. 바람의 흐름을 타며 그대 곁에서 날았다는 것에 늘 행복했었어요.

 안녕. 넓고 넓어서 끝없이 넓은 땅아. 들꽃에서 떨어지는 나를 조심스럽게 바쳐주던 그대의 포근함에 나는 처음으로 당신을 알게 되었죠. 늘 그 자리 그곳에서 풀들과 들꽃들의 보금자리를 자처하던 그대가 매우 자상하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나 그대는 너무나도 익숙해서 늘 제 주변에서는 보이지 않았죠. 맞아요. 그대는 너무나도 무능했으니까요.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그대는 우리를 지켜낼 힘이 없었죠. 우리의 작은 울부짖음에 그대는 무력했으니까요. 하지만 알게되었어요. 늘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는 그대가 있기에 우리가 그 위에 작은 뿌리를 내리며 살아갈 수 있음을요. 비록 순간을 벼텨낼 재간은 없었지만, 수만년을 버텨온 그대는 오랫동안 같은 모습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들꽃의 향이 제 몸 구석구석에 피어나는 듯 합니다. 부드러운 상온의 바람이 날개위로 스쳐지나 가는 것 같습니다. 파릇파릇 피어오르는 누군가의 아우성이 들려옵니다. 수 많은 풀잎들의 향내가 바람에따라 흘러가는 것이 보입니다. 높다란 하늘이 점점 하얗게 바래져가네요. 그동안 아름다웠습니다. 보드라운 햇살을 느끼며, 이 작은 속삭임을 마쳐봅니다.


[원문 : http://nalam.egloos.com/26765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