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시원한(=차가워 죽을듯한) 바람이 얼굴에 맞닿으며, 무진장 넓어터진 이 비행장에서는 자전거 없이 이곳을 횡당하는 것은 사하라사막에서 겨울 코트를 걷고 횡단하는 거랑 같은거야. 힘들다는 것에 괜시리 불만 투정을 부리긴하지만, 이 넓은 공간안에서 나혼자 쓸쓸히 고철을 끌고 어디론가 나아가야한다는게 입가엔 씁쓸함이 눈가엔 나약함이 드러났지. 실크로드를 닦아서 동방과 서양을 이어온 아랍인들도 그 머나먼 길을 떠날때 혼자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낙타랑 함께가잖아. 그것이 동물일지라도 말야.

 딱히 바삐가고자하는 곳은 없지만 난 자전거 패달을 빨리 밣기 시작했어. 검게 타들어간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지옥의 헬게이트 열기가 사람을 가만히 있지 못하게 만들거든. 여름이니까, 나무들의 그늘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품어줄만큼 풍성하고, 맵다고 맵맵거리는 매미들의 소리도 감상할만한데.. 라면서 자전거를 천천히 몰며 혼자 그러한 망상에 빠져버리지. 나무 그늘 밖으로 새어나와, 세상을 오븐 요리하고픈 태양의 욕망에 깜짝 놀라며 빛의 속도로 자전거 패달을 밣기 시작해.

 그러나 문득 이전보다 자전거 속도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해. 내가 힘이 빠졌나, 그런 생각도 해보긴하지만, 개인적인 자만심으로는 그럴 가능성엔 내가 초코파이 사먹기위해 아껴둔 2백원을 걸면서 0%라고 말할꺼야. 내 느낌에는 나뭇가지에 쪼르르 앉아있는 초록색의 작은 새처럼 보이는, 이제는 무성해져 성숙한, 나뭇잎들사이로 들어오는 칼날같이 날카로운 햇살들이 더이상 예전 같은 날카로움을 가지지 못한 것 같아. 그래.. 이제 여름이 한풀 꺾인거겠찌?

 시간이 연속성을 가지던 뭐든 간에, 어떠한 무언가는 지나가버렸어. 그 무언가가 얼마나 소중한지 중요한지 깨닿기도 전에 말야.

 난 그저 자전거 패달을 밣으며 목적지로 갈뿐이였다고 그냥 언제나 그랬다며 자기 합리화 할뿐.


 만약 내가 실크로드를 걷게된다면, 꼭 1가지만을 택해서 같이 갈 수 있다면, 무한히 떨어지는 빛의 광자를 피하기위해 문명의 이기로 차를 탄다던가 오랫동안 걷기위해 낙타를 타고싶지는 않다. 고철이 줄 수 없는 따뜻함과 동물이 줄 수 없는 이해심을 가진 사람과 같이 가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