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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혼자서 주문을 거는 것이 있다.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나아가자고.

그러나 다른
 어떤 이는 이런 말을 한다. 바쁨이야말로 생존의 증거라고.
-...


 요즘 너무나도 바쁜 일상 속에서 헤매인 것 같다. 아침에 피어난 안개 속에서 그저 발에 느껴지는 땅의 감촉을 느끼며 어디있는 지 모를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 앞에 낭떨어지가 있을지 정말 원하던 목적지가 있을 지, 아무런 감도 못잡은체 말이다.

 어제 늦은 새벽녘, 자취방 주변을 산책해봤다. 지금까지 한번도 이 동네를 제대로 둘러본 적이 없었구나.. 한발짝 내딛을 때마다 처음보는 건물들과 지리만 눈에 보인다. 수많은 원룸건물들 사이를 걸으며, 추운 새벽을 비틀 거리며 걸어다니는 사람을 보며, 아직 떡뽂이를 다 팔지 못해 남아있는 아주머니를 보며, 군고구마를 파는 아저씨를 보며, 차가운 아스팔트 도로 위를 지나친다.

 조금 올라갔더니 작은 언덕이 나왔다. 내 시선에서 그 언덕은, 마치 하늘과 땅이 만나는 듯한 저 언덕을 지나면 낙원이 펼쳐질 것같은 판타지 소설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그 언덕을 올라간다.


 낙원이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아... 다른 표현을 해야하는가.
 밤이 무서워 수 천년의 밤을 불지펴왔던 사람들의 문명과 수천 수만년동안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하늘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있다. 구름에 가린 별들은 살포시 땅바닥에 내려앉은 눈처럼 보일 듯 말듯한 빛을 뽐낸다. 멀리서 보이는 뉴욕의 한 장면처럼, 경산 시내의 모습은 차분한 분위기를 품기며, 비행기장에서 저녁에 볼 수 있는 뻐꾸기 시계의 뻐꾸기처럼 서서히 켜졌다가 서서히 꺼져갔다.


 뭘 본걸까. 사냥꾼이 무서워 머리만 숨긴체 꼼짝하지않는 토끼마냥 그 자리를 뜨지못한체 그 장면만을 바라보고 있다.


 우주, 無, 情, 사람, 관측, 순수, 일체, 빛, 사랑, 진실, 시간, 정지...
 -뚜렷하게 남아있는 기억이라고는 몇가지 단어들만 남아있다.
뭔가 깨달은 것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