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깔리는 음악과 함께 사색하고 싶다. 어둡고 깊은 새벽은, 너무나 조용해서 탈이야. 모든 존재들을 검은색으로 덮어버리지만, 또 그렇기에 누군가를 그립게 만들거든. 잊고 싶지않아! 하지만 잊혀지고, 지워지고, 침식되어 가버렸지. 뭘 전달하는지 전혀 알기 힘든 영화도 보고 싶어. 감성에 젖어드는 음악과 함께 하고 싶어. 1권정도로 짧막한 풋풋한 소설도 읽고 싶어. 허세가득한 만화책도 보고 싶고. 작은 글 마디마디 하나에 심도 깊이 스며든 영혼을 느낄만한 시도 느끼고파. 요즘은, 진짜로 살아있다고 느낀다니까! 냐하하하하
설악산의 밤 하늘은, 달하나만 덩그러니 외롭게 떠있었다. 모든 다른 별들의 빛들은 달빛에의해 묻혀버렸다. 지구 밤 하늘계의 제 1인자인 달은 스스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며 자신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다. 사람이 언어를 만든지 2만년이 지났고, 한글을 창제한지 5백년이 흘렀음에도, 나는 아직 이 설악산의 풍경을 설명할 만한 단어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내 필력의 모자람과 부재된 감수성을 거대한 자연앞에서 작은 미물이 되고서야 깨닿고 말았다. 수억년간 변화를 거듭하며 만들어진 이 설악산 풍경은 내가 가지고 있던, 내 속에 잠재되어있던 세계 그 이상을 뛰어넘은데다가 그 모든 상상력을 초월한 거대한 자연이었다. 산은 덩그러니 놓여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저 한낱 조그만하고 별거아닌 생명체에 불과해졌다. 강..
처음 여행할때, 이런 생각을 했다. "여행은 모든 것을 초기화 시킨다." 뭔가 있어보임직한 말을 되뇌이며 여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초기화 되지 못했다. 어쩌면 나 자신을 찾은게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그것도 아니였다. 그러다 느끼게 된 결론이 있다. "여행은 여행이였어." 그뿐이였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 어떤 아저씨랑 대화를 하게되었다. 합석은 아니였고 바로 옆자리여서 대화를 트게 됐는데, 그 아저씨는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우리를 반기는 눈치였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 아저씨도 여행 중임을 알게 되었다. 꼭 여행이라기 보다, 직업적으로 이곳 저곳을 많이 다닌다고 했다. 회사 측에서도 그걸 바라고, 자신도 그걸 여행이라 생각하면서 다니면 재미난다고 했다. 근래에는 강원도에서 몇달 ..
나랏고기쌈이 외국고기랑 달라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이런 까닭에 어린 백성들을 계몽시켜주고자 하는 바가 있고, 아직도 갈매기살보다 목살이 맛있다며 고기맛에 참 의미를 깨닿지 못한 사람이 많으니, 마침내 그 뜻을 이루어 거금 2만원을 투자하여 갈매기 살을 직접 사먹어보니, 그 맛은 천상이요, 천하에서 그 육미를 따를자가 없느니라. -갈매기정음 서문- 바야흐로 2010년. 갈매기는 끼룩끼룩거리며 하늘을 날라댕기지만, 우리는 그걸잡아 고기로 구워먹는다. 아마, 중국에서 목격했던 비둘기구이 이후로 먹은 최초의 조류음식이 아닐까 싶다!! (사실은, 갈매기살=가로막이살..임... 흠냐) 엄허 저 팔뚝 부러워. 왼쪽은 갈매기 1만원어치! 오른쪽은 목살 1만원어치!! 아저씨랑 지현이랑 엄마랑 (사진에 없는) 나..!..
매실주는 쓰렸다. 오래전 지녔던 단맛은 사라지고 모두 알콜로 변해있었다. 입안에 매실 향이 번져감과 동시에 남아도는 씁슬함을 느끼며, 영화를 바라봐야만 했다. 누군가는 누군가의 가슴 속에서 살아간다. 오랫동안 연모한 사람의 품 속에서, 그 가슴에 머물기를 바란다. 형상이 기억된 추억들의 파편에 의해서, 외로운 날이면 그 누군가의 가느다란 어루만짐을 떠올린다. 그리고는 현실이라는 투정으로 과거를 지우고, 일어나지 않을 미래를 비관한다. 머나먼 시간이 흘러서야 후회만을 다짐한다. 영화는 기적이다. 60억 인구가 모여사는 지구에서, 60분의 1의 확률로 만난 누군가를, 다시 60억 분의 1의 확률로 다시금 만나고, 또 다시 60억 분의 1의 확률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과거를 그리는 복원사는 아픔으로 사라질 수..
1만 3천원 짜리 순천행 버스는 순순히 그 길을 달렸다. 나는 그렇게 친숙한 누군가를 만났고 친숙한 이야기를 하며 친숙하게 헤어졌다. 아마 그게 끝이리라 생각했는데. 1만 3천원 짜리 대구행 버스는 야밤을 질주했다. 늦은 밤에 장마까지 쏟아졌다. 국지성 장마는 오는 듯 마는 듯, 버스가 지나는 지역마다 내리거나 안내리거나를 반복한다. 밤의 거리에서 버스는 자신의 불빛만으로 의존하며 어둑한 고속도로를 나아간다. 간혹 누군가의 불빛이나, 고속도로에서 빛나는 주홍빛 가로등만이 버스의 존재를 알아차리게끔 만들었다. 순천에서 대구오는 길에, 늘 잠들어서 보지 못했던 섬진강 다리를 봤다. 720M 길이를 가진 섬진강 다리. 암흑이 내려앉은 밤 길에서 희미한 실루엣만을 간직한 다리를 목격한다.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강 바다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 보지 말고 그대 잘가라. ... 정호승 시인께서 쓰신 시를, 김광석이 음악을 붙여 노래했다. 애절하다. 김광석이 마지막 생을 앞두고 만든 노래라, 그 애절함은 내 몸속 깊은 곳까지 파고든다. 무엇이 그렇게 애절했던 것일까. 무엇이 그리웠던 것일까. 30세의 생을 앞두고 무엇때문에 목숨을 끊어야 했을까. 삶을 스쳐가며 무엇을 앓았던 것일까. 그건 정말 앓은 것이 아니라 알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골목길은 조용하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싫어 달아난 나에겐 최고의 낙원이였다. 늘 어디론가 가고픈 내겐 가장 적절한 곳이였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만 즐비한 곳과는 남다른 곳이였기 때문이다. "고양이 보은"이라는 만화를 보면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하루"는 냥이왕자 "룬"을 구하주게 되는데, 그걸 계기로 조금은 고난을 겪는다. 거기서 나오는 장면중에, "하루"가 뚱뚱한 고양이 "무타"를 쫓아 골목길을 헤매이는 장면이 나온다. 거기서 골목길의 미학은 나를 충분히 감성에 젖게 만들었다. 그곳의 색체는 어느 누군가의 계획된 도시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여러 사람들의 작은 노력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어느덧 꾸며저 버린, 다양한 그림들의 집합이였다. 이 생각이 미치는 순간, 나는 그 어떤 들냥이가 보고싶..
서울을 가는 건, 이번이 2번째다. 20살 시절, 여행이란 것은 그냥 아무것도 모른 체 돌아다니면 뭐든 되는거다라는 이상적인 낭만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간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청계천 거리를 걸어봤고,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숭례문을 봤었다. 그당시에는 아무래도 좋았다. 어렸고, 뭘 몰랐고, 용감한데다, 무식까지 겸비하고 있어 그 어떤 사건 사고에 휘말리더라도 용맹하게 무찔러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길을 가늠하지 못하더니 "여긴 어디? 난 누구?"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구사하며 카오스가 되고 말았다. 태초의 무질서함을 예수 탄생 2008년후 보게되다니, 어쩌면 운이 좋은거라고.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다.(오기가 생겼다.) 지도부터 철저히 조사했다. 일단 가고자하는 곳에대한 위치를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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