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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휴지통

섹시에 대한 것

희나람 2013. 10. 29. 01:51


 섹시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그 느낌은 묘했다. 중학교 시절 TV에서 자주 단어들이 언급되면서 나왔는데, 어째서 "sex"와 "y"가 분리되서 보이던지. 혼자서 매우 후끈거리고 뜨거워서 TV를 보지 못했다. 다들 그렇겠지만, 그 시절 그 나이때는 단어 하나로도 히히덕거리며 상상력을 펼쳐가며 짖굳은 이야기들을 하던 때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걸 부모님을 앞에 두고 TV에서 그런 단어가 튀어나오고 있으니 정말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최근에는 이런 단어들이 자주 쓰인다. TV나 광고, 이런 뻔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아는 사람들이 내게 섹시(sexy)라는 단어를 많이 언급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저 배우, 참 섹시한데?"라는 성적인 표현이나, "저분 참 섹시한데, 색시로 삼고 싶다."같이 어이가 실종된 개그로 쓰였다면, 내가 굳이 이런 노동을 들여가며 이 글을 쓰지 않을테다. 내가 아는 몇몇은 섹시라는 단어를 이렇게 사용했다. "삶은 섹시하게 살아야지.", "섹시한 글을 써야지", "이거 참 섹시한 물건이야.", "그 사람(의 삶이) 참 섹시하지 않아?"

 섹시의 어원은 발랜티노라는 배우에게 출발했다고 한다. 그 배우에게서 느낀 '성적으로 충만하거나 성관계에 열정적인 표현'으로서 사용이 되었다고 한다. 20세기 초쯤에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쓰여온 단어라는데, 저 어원이 탄생한 지역과 무관한 어느 동북아의 작은 나라에서 이상한 표현으로 쓰이고 있다. 발렌티노라는 배우에게는 미안하지만, 물론 그 분에게 섹시하다는 단어를 우리가 써주더라도 이해를 하지만, 내 주변의 사람은 어째서 '성적'인 표현과 다르게 사용하는지 이상하기만 하다.

 왜 저런 표현을 쓰는지는 '성'이라는 것은 '유혹'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는 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즉 우리가 받아들이는 '섹시'라는 표현이 '성'으로서 인식하지만, 그와 더불어서 '유혹'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유혹'이라는 단어는 '매력','매혹','이끌림'등 다양한 표현을 이어낼 수 있다. 이러한 지점에서 나는 앞서서 내 주변 사람들이 사용하였던 '섹시'라는 단어의 결을 이해할 수 있다.

 "그 일 참 섹시하잖아?", 매력으로써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다. 그러나 왜 매력이라는 표현을 놓아두고 섹시라는 단어를 사용하는가. 이 말을 들을 때 감정을 생각해 보면 답이 보인다. "그 일 참 매력적이잖아?", "그 일 참 섹시하잖아?". 무엇이 더 도발적이고 즉각적인가? '섹시'는 금기시된 영역을 건드리면서도 어원과 다른 의미로 표현되기 때문에 매우 파격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더욱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는가. 어떤 단어을 접하는 사람의 감정은 이미 알고 있어왔던 세계와 그 단어가 출동할때 묘한 이끌림을 가지게 된다. '섹시'라는 단어가 바로 이 지점에 서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하나다. 이런 쓰잘때기 없는 글을 그래도 꾹 참고 읽어주셔서, 당신은 참 섹시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