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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력으로 맞이한 날... 정신은 둔감해지고 흐릿해져갔다. 하지만 밤 공기를 가르며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는 뚜렷히 들렸다. 잠시 눈을 감다가 창밖의 풍경을 바라다본다. 밤동안 내린 비로인해서인지 어둠은 전보다 짙었다. 짙은 구름은 도시의 야경을 흡수하여 어둡고 칙칙한 주황빛을 빛내고 있다. 아직 새벽에 잠을 못이루는 어느 누군가는 자신의 존재를 형광등 불빛으로 옅게 빛냈다. 어느 누군가의 소란스러운 오토바이 소리가 멀리멀리 떨어진 나에게 까지 전해져왔다. 컴퓨터로 인해 데워진 공기가 밖으로 슬그머니 빠져나가자 창 밖의 차가운 대기가 내 방으로 침투해 들어왔다. 얼음처럼 차가운 공기가 내 몸을 스치며 지나가자 찝찝해진 내 마음도 씻겨진 듯 맑아진 것 같았다.

 밤은 적막하다. 나를 조용히 재울 기세로 묵묵한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그래도, 늘 그렇듯 잠들지 않는 나는 쓰래기 치우는 차량이 아파트에 들어오는 소리가 나고서야 잠들고 만다. 오늘도 어떤 목적도 없이 흐릿한체 그것을 느끼고 있다.

 난 이 새벽에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의무감에 이 새벽을 감싸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어떤 반성을 위해 밤을 지새는 것일까?


 그건 조금은 핵심적인 부분을, 감정이라는 분해 불가능한 회로를 감별해내야만 알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