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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휴지통

라붐1

희나람 2013. 11. 11. 12:12



 어릴 때 느꼈던 운명의 사랑이라는 것은 대게 상상으로부터 찾아왔다. 상대방이 가진 그 무언가에 내 상상력을 보태어 더욱 크게 만들어 더욱 대단한 것으로 만들곤 했다. 그것이 사랑이냐 아니냐를 말하기 전에, 내 마음 속에 품어져왔던 상대방의 모습에 흠벅 젖어들 수 밖에 없었다.


 어린 나이가 매력적인 것은 서로가 서로로써 살아온 세월이 길지 않은 탓에 같이 많은 것들을 세워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서로가 서로 자신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호불호를 모른체 부딪쳐버린다는 것이다. 비극은 이 지점에서 발생하고 만다. 자신의 호불호도 어떻게 가려내야할지 힘든 그들에게 이제 막 낯선 세상을 살아가는 어린 타인의 호불호를 맞쳐줄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이끌렸던 감정에 충실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감정으로 이야기를 끌어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낯선 타인에 대한 호기심에서 사랑은 출발한다. 거대한 판타지 내에서 타인에게서 탐험해내지 못한 부분을 낭만으로 채워나간다. 그렇게 황홀하게 만들어진 운명 앞에서 절을 하고 있는 신자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현실은 나의 판타지와는 다르다. 풍선을 아무리 꽁꽁 묶어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새어나오길 마련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바늘로 콕 찍어버리는 사건이 터져버리면서, 현실을 목도하고 만다. 커다랗고 팽팽한 풍선의 크기는 원래 풍선의 모습이 아니라 내가 불어서 커다랗게 키워놓은 허상인 것을 발견한다.


 이것을 사랑이 아니라고, 나는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내가 수많은 사랑의 정점에 선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 역시 이러한 사랑 앞에서 무력한 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낯선 타인에게서 이끌림을 받게되고 이것을 사랑으로 받아들인다. 외로움이나 상실감을 보상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내 좁은 세상에서 다른 세상의 발견으로 내 많은 부분들에 스파크를 튀기며 넓혀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글쎄. 그러니까,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