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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휴지통

다 써버린 종이장

희나람 2010. 4. 17. 01:00

 봄에 닥쳐온 추위는 그 어느 추위보다 더 깊고 어두웠다. 알 수 없는 깊이에 몸이 빠져 허우적거리지만, 그 밑에 발 닿는 곳 없이 허공을 휩쓴다. 빨간 자전거 씽씽이에 몸을 맡긴체 페달을 굴리며 적막한 어둠을 가로지른다. 주홍빛 불빛은 서로의 안부를 전하려는 듯 암흑속에서 어두커니 비쳐된다. 밤하늘의 별들은 이미 도시의 불에 잠식됐다. 메마른 공기의 대류만이 존재의 흐름을 인식하게 해주었다.

 적막은 세상을 삼켰다. 새벽 도로를 재빠르게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마저 고요하게 느껴졌다. 아니, 외롭게 느껴졌다. 자동차가 지나가며 만들어낸 차가운 소음은 내 외로움에 실날같은 상처를 입히기 시작했다. 다른 누군가의 시선에서 보이지 않는, 내 몸 깊숙히 철통같은 보안 속에 안치된 마음은 그렇게 아파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