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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팅하고 싶다! 라고 말한다면 이상할려나.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다는 내면의 욕망이 어느 언저리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때는 나를 조금식 침식해와, 어느세 삼켜버릴 기세로 덤벼들기도 했다. 처참히 먹혀야했고, 이젠 만진창이. 남은 게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상이 지정되지 않은 누군가의 부재는 또 다른 어떤 대상을 끝없는 외로움으로 갈기갈기 찢겨놓았다.

 사실은 돈 안쓰고 포인트좀 모아보겠다고 어느 홈페이지에 위장 가입을 시도했다. 사는 곳도 적기 귀찮아서 서울 용산구로 대충 적어버렸다. 나의 신상정보라고는, 광고만으로 5백M를 돌파해버린 네이버 메일 주소와 20대 초반의 나이, 그리고 많이 들어봤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지역인 용산구였다. 가입직후 탈퇴 버튼을 찾다가 어디다 은폐해놨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 그냥 꺼버렸다. 그리고 며칠뒤 내 메일에 어떤 메일이 들어와있었다.

"ㅇㅇ님, ㅁㅁ에서 프로포즈가 도착하였습니다."
 호기심을 자극했다. 불가항력적으로 내 손가락은 이미 메일을 긁어 내리고 있었다. 어여쁜 처자의 얼굴과 나이가 나왔다. 22살, 나보다 1살 어리군. 그냥 같이 커피한잔 했으면 좋겠다고 적어놓았다. 프로포즈라면서 커피한잔이 목적이라니..? 다시 생각해보니 나의 경제적인 능력을 테스트하겠다는 저의가 깔려있는 듯 하다. 하긴 커피가격은 자판기와 커피전문점에서 빈부격차를 보여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있는데, 내 손가락은 빠르게 수락을 클릭했다. 해당 홈페이지에 로그인하자, 내 랭킹이 나왔다. 아마 셀카같은 걸 올려서 점수를 준후 등수를 매기는 듯하다. 근데 아무것도 올리지 않은 내가 12000위를 상회하다니? 대한민국 2천만 남성 시민들에서 2만등 안에들어가는 등수다. 나 이렇게 인기가 철철 넘치는 상급 인간인가? 하긴 키도 180넘으니 일단 winner니까!

 씁쓸해져갔다. 한때 어느 누군가와 커피한잔을 나누던 때가 기억난다. 그 순간만큼은 지속되리라 믿었는데, 차갑게 돌아서서 어둠이 깔린 등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커피한잔만을 원하는 그대도 그럴까? 나에대해서라고는 용산에 산다는 정보뿐인데, 불쑥 찾아와 프로포즈라니. 3류급 만화책에서 자주 접하는 들이대는 열혈정 여성(?)이 내게 다가온걸까. 이 더운 여름날씨 때문인지 마음은 후끈후끈하며 끈적해졌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메일함을 더 열람해보니, 8명이나 더 내게 프로포즈를 신청한 것이다. 이렇게 놀라울 때가. 그럼 내게 9명의 여인들이 프로포즈 한거잖아!! 이거 소녀시대가 내게 프로포즈를 한 것 같잖아? 이거 뭔가 하렘 만화에서 나오는 보편적인 3급 시나리오가 내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아아 드디어 공대 출신인 내게 빛이 내려오는 걸까? 대마법사가 되기위해 2년만 버티면 되지만, 나 좋다고 다가오는 어여쁘신 처자분들을 내가 어찌 뿌리칠 수 있으랴! 좋다! 난 대범한 남자니까 9명 모두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이기로했다. (난 관대하니까)

 마우스로 수락을 클릭하자, 정회원 가입하라는 메세지가 떴다. 하하, 아직 나에대한 정보가 얼마없으니 좀 쳐넣으라는 뜻인가보군. 앞으로 댓글도 달고 게시물도 자주 달아주겠어!

라고 생각하는 순간 경고창과 함께 다음의 메세지가 모니터 앞에 떴다.
 "고객님 평생정회원으로 모셔드립니다! 3만원으로 빠른 만남을 가지세요(VAT별도)"







 난 급히 인터넷 창을 꺼버렸다.




사랑은_멀리_있는게_아니랍니다♡.jpg

ps. 돈 없으면 프로포즈도 못받는 더러운 세상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