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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가는 건, 이번이 2번째다. 20살 시절, 여행이란 것은 그냥 아무것도 모른 체 돌아다니면 뭐든 되는거다라는 이상적인 낭만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간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청계천 거리를 걸어봤고,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숭례문을 봤었다. 그당시에는 아무래도 좋았다. 어렸고, 뭘 몰랐고, 용감한데다, 무식까지 겸비하고 있어 그 어떤 사건 사고에 휘말리더라도 용맹하게 무찔러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길을 가늠하지 못하더니 "여긴 어디? 난 누구?"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구사하며 카오스가 되고 말았다. 태초의 무질서함을 예수 탄생 2008년후 보게되다니, 어쩌면 운이 좋은거라고.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다.(오기가 생겼다.) 지도부터 철저히 조사했다. 일단 가고자하는 곳에대한 위치를 구글 지도로 어느정도 파악했다. 종로5가역에서 좀 올라가면 기독교100주년 기념관이 있음을 기억 속에 각인해둔다. 그리고 그 근처 찜질방을 검색해, 어느정도 위치를 짐작했다. 사실 이정도만 파악하고 간건데-_-) 예전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라며 혼자 좀 들떴었다.



기차에서 바라본 서울가는 길


한강을 지나는 기차


기차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기록에 남기지 않은 생각들은 스산한 바람처럼 흩날려 사라져버렸다. 5시간의 기차를 타며, “정의는 무엇인가”라는 책을 다시 끄적거리며 읽어보다가 방금 산 시사인도 끄적여보다가 잠들고 말았다. 나답게, 한번 잠들면 시체처럼. 기나긴 침묵이 날 감싸앉았다.



서울 역에서 내리자마자 바라본 풍경

대구에서 잘 벗어나본 적이 없었다. 마침 군입대를 광주로 가게되어 그 지역을 중심으로 전라남도를 여행한 것 말고는 크게 본 적이 없다. 대학교 친구들이랑 서울에 온 적이 있었지만 그때도 이 풍경을 봤을텐데 그땐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제대후 동기를 만나러 무작정 부산행을 강행한 적이 있었다. 역이라고는 동대구역이 최고 킹왕짱이라 여긴 난, 부산역을 목격하고는 회심의 일격필살을 맞아 쓰러진 장수처럼 낙엽같이 쓰러졌다.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평원, 그 평원에 기둥을 박아둔 빌딩나무들은 “너 뭐냐?”라며 꼼질나게 날 바라보았고, 둔치치고는 높은 산위에 거대한 십자가는 형형한 빛을 뿜으며 그 위신을 뽐냈다. 그런데 이런 부산역이 서울역에의해 참담한 패배를 당하고 만다. 평일임에도 사람들의 숫자는 어마어마 했다. 내가 타고온 동대구역에서 본 약간의 한산함과는 우리집 뒷산과 미국의 그랜드케냐와

같은 차이를 보였다.



종로 5가역에서 나와 바라본 사거리


저기 인도길에 서 있는 두 여자분, 화보촬영하는 듯 했다. 다양한 포즈를 취하시던 어여쁜 여성분이였다.


이번 서울행을 하게 만든 계기. Yes24에서 주최한 대담회인데, 원래를 책을 구입해야되는데 그런 거 없이 다 입장시켜줌.(히밤 나 이것땜시 정가주고 샀는데...)


1시간 일찍와서 앞자리 선점했다. 근데 나보다 빨리온 인간들은 뭐지?


천명 정도 수용가능한 대 강당이였다. 1천명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약 8백여명정도 모였다.


이번 대담회에서 김용철, 박경철, 우석훈, 금태섭, 김민웅 선생님들이 오시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서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 선생님은 사정으로 인해 모습을 드러내시지 않았다.


오늘 사회자로 나오신 김민웅 교수님, 논리정연한 말솜씨로 대담회를 이끄셨다. 남성다운 걸걸하고 묵직한 목소리가 강당 내에 울렸다. 사회자로써 자기 의견을 내기보다 질문을 많이 하셨다. 딱딱하지 않았다. 위트와 유머가 넘쳐흘렀고, 김민웅교수님의 맥 끊키지않는 질문 공세에 부드러운 대화가 오갔다. 더욱 멋있는건, 핵심을 찔러버리는(그러니까 대답에서 나타난 모호한 말들에대한 질문공세) 질문하고는 상대방을 3초간 버퍼링 시키는 연출도 재미있었다.


내게 이 대담회에서 가장 기다리신 패널은 우석훈 박사님이셨다. 88만원세대를 1쇄로 구입한데다 그분의 책을 보며 많은 공감을 했기 때문이다. 경제학이라는 학문에 처음 입문할 계기를 주신게 바로 우석훈 박사님이셨다. 블로그에 쓰인 글을 보면 늘 맬랑꼴리(우울)에 잠겨 사시는거 같은데, 이분도 엄청 쾌활하셨다. 더욱이 멋있는 것은, 대담회를 문화 콘서트로써 승화시키고 싶어 노래까지 준비해오셨다. 김광석의 “일어나”. 노래도 엄청 잘하셨다.


금태섭 변호사님에 대해선 처음 알았다. 대한민국에서 수사받는 법이라는 글을 쓰고 현직검사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고 한다. 항상 말을 시작하실때, “!! 그건말이죠”. “! 그래서” 라며 첫마디를 퐉 뛰우시고 대화를 시작하시는게 매력포인트(...)ㅋㅋ 그날 출연하신 분들중 가장 젊으셨다.


삼성이라 말하면 국내 최고기업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라는 말에 시장이 은유하는 바가 삼성이라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한국에서 삼성의 위엄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그런 삼성에대해 김용철 변호사는 칼을 빼들고 싸웠다. 그런데 삼성이라는 거대한 공룡은 너무나도 강력해서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마지막으로 천주교정의구현 장로회에 도움을 구했고, 그리고 제2의 싸움이 시작했다. 이런 과거때문에, 근엄하면서 어떤 면에서는 예절이나 예의를 지킬려는 고지식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런 그분께서 입을 열자마자, 대담회의 분위기는 바뀌어 버렸다. 대담회를 1기와 2기로 나눈다면, 아마 그 기준이 김용철 변호사님께 있으리라 생각한다. 김용철 변호사님의 입담에 모두들 빵 터지고만다. 우리 정의를 이야기하러 온 거 맞어? 그런 생각이 들정도로 쾌활한데다 명령한 대담회로 발전한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 언론 매체인 프레시안에서 잘 정리해놨다.

['정의란 무엇인가' 대담]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00701153218&section=04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00704160035&section=04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00705151932&section=04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00705160912&section=03


여기 순서대로.


오픈오피스로 제작된 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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