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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휴지통

2일째, 서울 골목길들

희나람 2010. 7. 10. 18:56

 골목길은 조용하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싫어 달아난 나에겐 최고의 낙원이였다. 늘 어디론가 가고픈 내겐 가장 적절한 곳이였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만 즐비한 곳과는 남다른 곳이였기 때문이다.

 "고양이 보은"이라는 만화를 보면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하루"는 냥이왕자 "룬"을 구하주게 되는데, 그걸 계기로 조금은 고난을 겪는다. 거기서 나오는 장면중에, "하루"가 뚱뚱한 고양이 "무타"를 쫓아 골목길을 헤매이는 장면이 나온다. 거기서 골목길의 미학은 나를 충분히 감성에 젖게 만들었다. 그곳의 색체는 어느 누군가의 계획된 도시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여러 사람들의 작은 노력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어느덧 꾸며저 버린, 다양한 그림들의 집합이였다.

 이 생각이 미치는 순간, 나는 그 어떤 들냥이가 보고싶어 졌다.

 너무 낭만적이였나.. 냥이를 찾고싶어서 좀 더 수색했다. 아직 들냥이들을 자세히 본 적 없어서 그들의 동선을 잘 몰랐다. 무식하게 이곳 저곳을 덤비며 구석을 뒤졌다. 아마 가장 좋아하는 곳은 높고 좁으며 숨기 좋으며 어둡거나 밝거나 그런 곳이겠지. 2시간째 골목길 구석구석을 누비며 다녔지만 수익이 없었다. 아니, 골목길 사진 찍으면서 나름 재미는 있었다. 혼자서 골목길을 질주해보다가, 아침에 학교가기 싫어하는 한 아이의 때씀을 목격하고 실소를 머금기도 했다. 성북동에서 약간에 고지에 도착할 무렵, 난 냥이를 발견했다.

 묵직한 녀석이였다. "중생아 뭘 그리 고민하냐"라는 표정으로 날 무끄러미 바라다 보고 있었다. 일찌감치 높은 담벼락 위에서 아침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한참 서로 눈싸움하다가, "안녕!!!"이라고 먼저 외쳤다. 내 인사에도 냥이는 반응이 없다. 싹싹함이라고는 전혀 없는 녀석. 친해질 방법이 뭐 없을까 하다가 가방을 뒤져본다. 어디보자, 먹을 것을..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내 깨닿고는 무거운 가방을 다시금 정리한다. 냥이는 내 뻘짓들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또 다시금 서로 침묵을 지키다가, 문득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나 사진 찍어도 되지?" 답이 없다. 그래, 침묵은 긍정의 또 다른 대답이라고도 하지 않던가! 카메라를 들고 접근을 시도했다. 그때, 한 100만년은 그 자리에서 꿈쩍은 하지 않을 것 같던 녀석이 재빨리 일어서더니 담 뒤로 훌쩍 뛰어가버렸다. 순식간이라, 무슨 상황인지 판단하는데 조금 걸렸다. 주변의 새소리를 듣고는 냥이가 텼음을 깨닿는다.

 다시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만한 골목길이 계속됐다. 가끔 어느 누군가와 마주오다가 서로 비켜주기도 했다. 길고 좁은 골목길을 계속 내려가 대로로 나왔다. 뒤를 돌아보며 아쉬운 탄식을 내뱉는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다음을 기약하며, 그땐 꼭 좋은 디카를 사서 와야지하며,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서울 광장으로 내려오다가, "독립문"으로 가는 표지판을 발견한다. 엉? 독립문이 여기 근처에 있는거야? 뜻밖의 수확이라며 혼자 좋아하며 그곳으로 그냥 달려갔다. 오전 11시쯤인데도 출근하는 중딩들이 많았다. 중심가 쪽인데도 차들은 의외로 적어서, 중쿼의 힘을 발휘해서 도로와 인도를 서로 융합시키는 스킬을 시전한다. 아 그냥 무단횡단? 시간이 좀 부족한 감이 있어서 뛰다가 빠른 걸음으로 가는 것을 반복했다.

 독립문을 발견한다. 원래 독립문이 있던 곳은 "영의문"이 있던 자리다. 이 자리는 청나라 사신을 받아들이던 자리인데, 이곳을 허물고 독립문을 지음으로써 독립의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생각한다. 청일전쟁 이후, 파리의 개선문을 본따 건설이 시작되어 1897년에 완공된다. 현판은 이완용이 썼고, 그 아래 대한제국 황실을 의미하는 오양꽃이 그려져 있다.

 독립문을 지나 독립공원을 둘러보았다. 서재필 선생님 동상과 3.1운동 기념비에 묵념을 올렸다. 조금 올라가자 서대문 형무소가 보였다. 아쉽게도 공사중이라 내부를 볼 수가 없었다.




독립문쪽으로 걸어가다 본 어떤 대로. 의도하지 않았는데 곡선으로 찍혔다.

서대문 형무소 파라노마 사진. 여기 입장료가 필요한 곳인데 잘 몰라서 아무 생각없이 담넘어 들어갔다. 나 너무 당돌했나? 순찰돌던 공익에게 제재받았다.

골목길 사진들.


꽃이 엄청 예뻤다. 무슨 꽃일까.

골목길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동네 국수집. 우동궁물같았다. 아주머니가 마니 주셨따 ㅋㅋ

서울 광장에서 전시중인 것들..

여기가 숭례문이였던가.. 공사중이였따.

독립문.

서재필 선생님 동상과 저 의자를 한번에 들고가는 한 괴인...(...)

서대문 형무소. 불미스런 사건으로, 공익에게 제재받고 쫓겨났다. 하지만 찍을 껀 다 찍어가면서 나갔다. 하하핫

처음으로 본 국회의사당. 무선랜ap로 "MB OUT"이라는 게 잡힌다고 하던데, 아무리 잡아봐도 안보였다.

그날의 큰 수확!! 실제로 저 유명하신 분을 보게 될줄이야 ㅋㅋㅋ 허경영과 눈빛 교환이후 이런 감동은 처음이야 ㅠㅠ


ps. 고양이 보은 관련자료 : 백설의 고양이 보은


ps. 인간과 고양이라는 다큐에 나온,, 귀여운 고양이 영상 :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