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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휴지통

차는 지나치지 않다.

희나람 2010. 8. 19. 00:17

 승강기를 타고 무심결에 올라가다 구석에 꽂혀진 시를 읽게 되었다. "차는 지나치지 않다." 무엇이 지나치지 않다는 것일까. 지나친 것은 어떤 것이길래 지나치지 않다는 표현을 쓴 것일까. 따스한 찻잔에 손을 기대며 그 기운을 느끼며 마시는 차에게는 어떤 힘이 담겨져 있던 것일까.

 이전에 혼자 보성까지 자전거타고 그 높은 고산지대로 올라가, 휴게소에서 공짜로 얻어마시게된 발효녹차가 기억이 났다. 차라고는 실론티같은 대기업에서 대량 생산해서 파는 홍차나, 흔히 마실 수 있는 티팩 녹차가 전부였던 나였다. 아주머니의 친절한 미소와 함께 받아든 차를 가지고 전망 좋아보이는 구석 쯤에서 혼자 차를 가지고 자리를 틀었다. 녹초가 된 내겐 뜨거운 차를 마시게 된 것에 불만아닌 불만이 내심있었지만, 약간의 구릿빛이 나는 이 녹차 차에 호기심이 난데다가, 값비싸 보이는 차라서, 내색하지않고 천천히 그 맛을 음미했다.

 달랐다. 다르다. 이전 내가 마셔오던 차 맛이 틀렸다는 점이 아니다. 이외수 선생님께서 언급해신 '초의선사'의 말을 빌리자면, '봄 빛에 언듯 스쳐간 맛'이다. 내가 표현하자면, 그건 깊게 어우러진 구름들의 붉은 빛깔이다. 작은 풀잎들이 선선한 바람 결에 흔들어대는 아우성이다. 어느날 문득 가깝게 느껴진 보름 달의 전경이다. 난 그렇게 차의 새로운 맛을 느꼈다.

 차는 지나치지 않다. 어떤 것을 가득차게 만들거나 만족감이 들도록 만들지는 않는다. 난 그 뛰어난 차에서도 뭔가 부족한 한 부분을 느꼈다. 너무 씁쓸하다는 것. 시럽을 왕창 타버리면 해결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된다. 완벽함은 지나치게 되니까. 그래서 시럽을 타겠다는 그 생각을 접어둔다. 다시 차의 향을 느껴본다. 깊은 그 향은 나를 환각시키지 않는다. 눈앞에 펼쳐진 보성의 녹차밭 풍경을 향으로써 더욱 풍미를 곁들여 주었다. 지나치지 않기 때문에 어울릴 수 있는 조합이 아닐까하고 느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