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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티오피아' 춘천의 공지천에 자리를 잡은 커피집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 이름에서 따왔다. 이티오피아, 사실 그건 어느 어떤 나라라는 칭호는 어울리지 않는다. 한때는 아프리카의 선진국에 끼였고, 6.25전쟁때 한국의 중요거점에 병력을 투입했으며, 파병 온 군인들이 자신들의 월급을 모아 한국에 기부했던, 우리에겐 작지만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었던 사람들의 나라였다. 지금은 공산주의 혁명으로 경제가 파탄에 빠지고 참전 용사들이 핍박을 받고 있지만, 60년대 당시만하더라도 굉장한 선진국이였다. 60년대, 이티오피아 박물관을 설립하게 되자, 이티오피아에서 한국에 원두를 적극적으로 수출해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원두를 가지고 한국 최초로 커피가게를 차린 곳이 지금 이 "이티오피아" 가게이다.

 8월의 공지천은 무덥다. 그늘 속에 숨어있다면 모를까 까딱 잘못해서 햇빛에 나가면, 살이 그을리고 닿은 부분은 땀으로 가득찰 정도로 더웠다. 공지천으로 흐르는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있다. 그 다리를 건너가보면 강 근처에 세워진 건물이 보인다. 그 건물의 유리에 투영된 햇빛의 강도가 강해, 약간 시선을 피하면서 그곳으로 다가갔다. 그곳으로 가자 약간 촌스러운 간판에 적혀진 "이티오피아"라는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간판 아래에, Take out 이 가능하도록 개조되어 있었고, 그 앞에는 파라솔들과 꽤나 오래된 듯한 흰색의 플라스틱 의자들이 탁자에 맞쳐 놓여져 있었다. 저 대량공정의 생산품들의 한없는 딱딱함에 태양 빛은 더욱 뜨겁게 느껴졌고 춘천의 친숙함을 잃게 만들었다. 마음에 들지않았다. 나는 이 낭만이 가득차있으리라 짐작한 이 도시에 이런 흉물이 있을 수 있냐는 모종의 반감을 가지며, 촛불시위라도 불사 할 속셈으로 이티오피아 가게로 들어섰다.



 그렇게 들어가게된 그곳은, 과거의 흔적이 살아 숨쉬는 작은 세상이 꾸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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